중국 산둥성(山東省) 지닝(濟寧)시는 우리에겐 낯선
도시다. 항구도시 칭다오(靑島)에서 차로 6시간
거리의 내륙 도시로, 특급호텔 하나 없는 ‘촌동네’다.
인구 790만의 이 도시가 대외에 내세울 것이 있다면
공자(孔子)의 고향인 곡부(曲阜)가 관내에 있다는
점뿐이다.
이런
지닝시에 외자유치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현 여재모(呂在模) 시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그는 취임하면서 “우리가 살 길은 한국과 일본
기업 유치뿐”이라고 선언했다. 옌타이(煙臺) 상무
부시장 출신인 그는 성내(省內)의 칭다오와 옌타이가
외자를 끌어들여 멀찌감치 앞서가는 것을 보고
몸이 달아 오른 것이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지닝 인민정부가 90여개 한국 기업을
초청해 벌인 투자설명회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행사였다. 설명회가 열린 나흘간 지닝시에는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첫날 환영만찬에서 여
시장이 ‘간빠이(乾杯)!’를 외쳤고, 26일
환송만찬에선 이신(李信) 부시장이 우리말로 ‘위하여!’를
외쳤다. 실무진들은 행사장인 ‘성지(聖地)호텔’
로비에서 종일 대기하며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한국 기업인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설득했고,
휴일에는 관광 가이드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仁)과 예(禮)의 성인인 공자조차 주저없이 투자
유치에 활용했다. “‘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씀은 투자자를 맞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다”(이신 부시장), “우리는 공자가 말씀하신
‘성신(誠信)’으로 사람을 대한다. 정책은
일관성이 있고 노동자는 성실하다.”(번진· 津
공보주임) 지닝시는 공자의 유명세를 활용하기
위해 시 이름을 아예 곡부(曲阜)로 바꾸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시(市)를
살리려고 정말 ‘혈안(血眼)’이 따로 없군.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많이 배워야겠어.”
행사에 참석한 한 한국 기업인의 독백이었다.
(지닝(濟寧)=이길성·경제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