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칭다오(靑島)대학
한국어학과에 재학 중인 1학년생들이 교수가
가리키는 대로 칠판에 적힌 한글 모음을 따라 읽으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칭다오=김영진기자
칭다오에 1만2000여 외자기업...한국 기업
4000여개로 한국어과 인기
값싸고 좋은 인력으로 외국 기업의 대졸
중국인 관심 많아
지난 9월 25일 오전 중국 칭다오(靑島)대학의
한 강의실. 수수하고 앳된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기자는 이들이 1학년생임을 금세 알아차렸다.
“ㅚ, ㅟ,
ㅝ….” 조선족 출신인 젊은 여교수가 한글 모음을
하나씩 읽어나가자 40명 가까운 중국 대학생들이
흉내내어 따라 읽는다. 이어 흑판에 쓰인 한글 모음을
지운 교수는 노트를 펴게 한 뒤 받아쓰기를 시작한다.
열심히 써보려 하지만 잘되지 않는지 다시 써보는
학생들이 여럿 눈에 띈다.
칭다오대학에서는 한국어학과를 비롯, 외국어
학과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칭다오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을 보고 여기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칭다오와 주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
업체는 4000여개에 이르고, 상주인구(약 5만명)와
유동인구를 포함하면 칭다오의 한국인은 1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소니, 마쓰시타
등 유력 기업들을 포함해 300여개사가 칭다오에
둥지를 틀고 있다. 외자 기업만 작년 말 기준으로
총 1만20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염광호(廉光虎)
칭다오대학 한국어학과장은 “외국어 학과가 취업률
최고 학과로 손꼽히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어학과는
한국에 유학 간 학생들을 제외하면 취업률이 100%에
가깝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최근 인기가 높아진 한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의
올해 신입생 선발인원을 종전 30명에서 영어학과와
같은 40명으로 확대하는 등 학생들 수요에
맞춰나가는 입시정책을 펴고 있다. 독일어학과도 19세기말
칭다오를 지배했던 독일계 회사가 많아
우수학생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염 교수는 “다른 전공학생들의
수강신청이 몰리는 학기에는 저녁시간에 대형강의실을
빌려 강의하는 외국어학과도 종종 눈에 띈다”고
말했다.
칭다오대학의 외국어 학과는 다른 일반 학과보다
1000위안(약 15만원) 정도 비싼 4800위안(약 72만원)의
연간 수업료를 받는다. 그런데도 중국인 학생들이
비싼 돈을 들여 외국어를 배우려는 것은 외국 기업에
취직하면 중국 기업에 비해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학생
치슈샤씨는 “수업료 부담이 크지만 취업이
잘된다기에 왔다”면서 “최근에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외국어 학과에 진학할 수 있어 경쟁률이
높다”고 말했다. 외국어학과 입학생은 산동성에서
공부깨나 하는 학생들이며, 외국어과 평균 경쟁률이
10~20대1 정도 된다는 것이다.
40대
조선족 회사원 남명숙(南明淑)씨는 “칭다오에서는
제조업의 경우 중국 기업은 500~600위안(약 7만5000~9만원)의
월급을 주는 데 비해 외국 기업은 1000위안(약 15만원)
정도를 지급한다”면서 “외국어만 하면 많은
임금을 받고 취직할 수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
외국어 열풍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한국
종합상사의 경우 초봉이 2000위안(약 30만원) 이상으로
1500위안(약 23만원) 수준인 중국 무역회사보다 20%
이상 많이 받을 수 있다.
외국어를
전공한 대학생들은 단순작업이 필요한 제조업부터
무역업, 통역, 정부기관 등 외국어가 필요한 곳을
찾아나선다. 칭다오대 한국어학과 4학년생 쓴
타오씨는 “중국 내 한국 기업이든 한국에 있는 기업이든
전자통신 분야에 취업해 한국 기술력을 충분히
배운 뒤 중국에서 기업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외국
기업들도 중국 대졸자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칭다오에서 7년간 식품사업을 했다는 한국인 A사장은
“대졸 출신 중국인은 인건비에 비해 좋은 인력으로
인정받고 있어 외국 기업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달
칭다오에 사무소를 연 삼성화재 길경섭 소장은 “올해
한국어학과를 나온 대졸 여사원을 월 3000위안(약 45만원)에
채용했는데, 월급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일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칭다오(靑島)=김영진
기자 helloj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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